아파트 항아리
황송문
계백장군의 발성. / 욕되게 사느니 / 차라리 내 손에 죽어라고 /
쳐들었던 망치를내려치자 / 대물림 받은 항아리가 비명을질렀다.//
봄부터 가을까지 / 햇볕애 거풍시키고 / 흰구름도 놀다 가게 뚜껑을
열며 / 풍신한 몸매 물걸레질하던 / 할매와 어매도 비명을질렀다.//
조상 대대로 대물려 내려온 / 흙의 파편들을 / 경비 아저씨는 종량
봉투에 버리란다. / 김치는 냉장고에 두고 / 간장을 한 병씩 사먹
으면 되는 / 편리한 세상에 계백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