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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황송문 시인의 까치밥

SM사계 2010. 7. 14. 02:38
 

Poem of the Month(이달의 시)


까치밥

황 송 문

 


우리 죽어 살아요

떨어지진 말고 죽은 듯이 살아요

꽃샘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꽃잎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떨어지지 말아요.


우리 곱게 곱게 익기로 해요

여름날의 모진 비바람을 견디어내고

금싸라기 가을볕에 단맛이 스미는

그런 성숙의 연륜대로 익기로 해요.


우리 죽은 듯이 죽어 살아요

메주가 썩어서 장맛이 들고

떫은 감도 서리맞은 뒤에 맛들듯이

우리 고난받은 뒤에 단맛을 익혀요

정겹고 꽃답게 인생을 익혀요.


목이 시린 하늘 드높이

홍시로 익어 지내다가

새소식 가지고 오시는 까치에게

쭈구렁바가지로 쪼아 먹히고

이듬해 새 봄에 속잎이 필 때

흙 속에 묻혔다가 싹이 나는 섭리

그렇게 물 흐르듯 殉愛하며 살아요.


다른 목소리


‘내가 정말 바보인가?’

때때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질 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주문을 받을 때다.

“형님, 착하게 살지 마세요.” “그렇게 해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가려고 그러세요?” “아 남들처럼 악착같이 밟고 올라서야지요.” 그럴 때마다 모질지 못한 나의 성격 탓을 하기도 한다. ‘세상은 정말 그렇게 싸우면서 살아가야 하나?’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나의 의식을 말끔히 정리해 준 시가 바로 「까치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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